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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S] 우리에겐 지금이 영광의 시절입니다 / 국민대 KUBA

“내가 서 있는 여기가 메이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여주인공이 대차게 남긴 한 마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마련되어있지 않은, 때로는 비가 오면 물이 새서 난감해질 때도 있는 체육관이지만, 플로어 위에서 달리고 또 달리는 그들에게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에 웃는 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대학생들. 그들에게는 이 코트가 바로 나의 무대요, 청춘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전성기였다.

2017년 국민대학교 총장배 전국 아마추어 농구대회(이하 국민대 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학생 때 농구 좀 했다 하는 이들에게 국민대 대회는 필수 출전대회다. 서울은 물론, 전국의 농구동아리들은 국민대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가슴 벅찬 날을 만끽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렇게 35년째다. 자연스레 체육관은 ‘전·현직’ 대학생들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됐다.

돌이켜보면 추억

체육관은 모든 조명을 가동해도 뭔가 어두운 느낌이 사라지지 않고, 비라도 올 때면 너무나도 습하고 더워서 5분만 앉아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어찌나 무더운지 취재 중 한 숨을 푹 내쉬자, 현장에서 사진을 찍던 윤희곤 기자가 요즘 유행하는 휴대용 선풍기를 빌려준다. “저는 사진 찍느라 지금 안 써요. 쓰세요.” 이게 뭐라고, 이 작은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바람이 사람을 평온하게 해준다. 마치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은행에라도 들어온 기분이다. 이 바람을 피하고 싶지 않다.

내가 국민대 체육관을 찾은 건 2년 만이다. 2년 전 이맘때도 같은 자리에서 코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는 휴대용 선풍기가 유행하지 않았다. 흘러내리는 땀만 연신 닦아내며 경기를 지켜봤다. 한 번은 메모지가 젖어버린 적도 있다.


선수들 모두 공만 바라보고 있다

이 기사를 쓰기에 앞서 국민대 대회에 출전했던 이들에게 물어봤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요?”

나와 같은 경험을 들려준 이들이 많았다. ‘무척 더웠던 곳’이라며 말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나에게는 ‘일터’였고, 그들에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추억을 만든 ‘공간’이었다는 점이었다.

「스포츠동아」 최용석 기자는 국민대 대회의 열기를 이렇게 기억한다. “국민대 대회가 방학 첫 대회였거든. 힘이 넘칠 때였으니 다들 혈기왕성하게 경쟁했지.” 가장 잊지 못할 경기는 부산 동아대 전이라 했다. 들뜬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6명이 출전했는데, 전부 퇴장을 당해서 마지막에 2명만 남았어. 근데 어떻게 점수 잘 지켜서 이겼어(웃음). 4점차였나, 그랬지. 끝나고 관중들한테 박수도 그랬던 기억이 나.”

용인대 ‘SAFA’를 이끌었던 농구전문지 「바스켓코리아」 김우석 편집장도 이 대회 단골손님이었다. “나는 4번(93, 94, 97, 98년) 나갔어. 1997년에는 결승까지 갔었는데, 서우회(고려대)한테 20점차로 졌던 것 같아. 한 번은 레이업을 올라가는데 어찌나 거칠게 파울을 하던지 화가 나서 싸움을 한 적도 있었어. 다 젊을 때지. 하하.”

「스킬 트레인」의 안희욱 코치도 ‘굉장히 수준이 높았던 대회’로 국민대 대회를 돌아봤다. 그는 부산 동아대 DUBA 소속이었다. “사실, 저는 술 마신 기억 밖에 안 나요. 하하. 부산에서 대회 참가하러 오면 서울에 계신 선배들도 오셔서 격려도 해주고, 밥도 사주시고 그랬죠. 행님들이 너무 잘하셔서 우승(2003년), 준우승(2004년)을 했었어요. 저는 사실 한 게 없었어요.”

이 대회에서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사전 취재를 하다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체육관이 더웠다는 사실 외에도 공통점을 두 가지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순수 ‘실력자’들이 모이는 경연의 장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결과든 술이든 뭐든 하나는 남기고 갔다는 점이다. 오로지 ‘청춘’이었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KUBA의 희생

올해 대회는 6월 30일부터 7월 9일까지 진행됐다. 남자부에서는 32팀이 출전해 4개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가졌고, 여자부는 12팀이 나섰다. 남자부에서는 고려대에서만 서우회, SFA, ZOO 등 세 팀이 출전했고, 국민대 역시 대회를 주최한 KUBA와 탭 등 2팀이 나섰다. 여자부는 꾸준히 팀도 증가하고 있고, 실력도 늘고 있다. 대회 심판을 맡은 여자농구 ‘레전드’ 천은숙 씨도 여자부에 대해 “몰라보게 실력이 좋아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열정적이죠. 보고 있으면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라며 감탄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매일 같이 경기가 진행됐다. 폭우가 쏟아지든, 폭염이 괴롭히든 점심시간(1~2시)을 제외하면 계속 드리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선수들만큼이나 분주한 이들이 있다. KUBA 멤버들이다. KUBA는 국민대 체육대학내 농구동아리다. 전통적으로 이 대회 운영은 KUBA의 몫이었다. 그 운영은 날로 세련되어갔다. 기록은 물론이고, MVP 시상과 사진촬영, 의전 등 보통의 생활체육 대회 이상으로 체계적이고 세심했다.


대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있는 국민대 KUBA

회장을 맡고 있는 이의성(스포츠교육과 13학번)은 “열악한 가운데서도 선후배들 덕분에 해내고 있다”고 말한다. 대회 준비는 KUBA 멤버라면 피할 수 없는 부분. 40명 정도 되는 인원이 오전부터 밤까지 훈련하랴, 운영하랴 대회기간 중에는 파김치가 된다. 부모님께 혼나기도 하고, 애인과의 결별 위기도 겪는다. 하지만 팀원들과 오랫동안 함께 하면서 형성되는 그 정겨운 분위기는 끝나고 나면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의성 회장은 “통제도 신경 써야 하지만, 경기 중에 누구를 뛰게 하는지도 제게는 중요해요. 연습도 다들 많이 했는데, 못 뛰는 친구들도 있기에 미안할 때도 많거든요. 또 우리 대회다보니 긴장도 많이 되죠. 운영도 잘 해야 하고, 홈 코트이다 보니 성적도 잘 나야하고요”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선배님들이 와주셔서 고생한다고 격려도 해주시고, 대회 전에 OB-YB전으로 연습도 함께 해주실 때도 있어요”라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이의성 회장의 1년 선배인 박희철도 “의미가 남다른 대회”라고 거들었다. “운영까지 하다 보니 대회에 출전한 것 이상으로 힘들죠. 그래도 대회 자체가 ‘입상을 못해도’ 출전하는 것에 대해 의미를 두시는 분들이 많아 뿌듯해요. 그래서 사명감도 있어요. 다른 대회에 비해 역사가 오래된 대회잖아요. 참가하신 분들께 ‘즐거웠다’, ‘추억을 많이 쌓고 간다’는 말을 들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사실, 박희철은 선수출신은 아니지만 농구에 대한 노하우는 다른 학생들보다 더 많은 편이다. 바로 형이 프로농구선수 박형철(31, SK)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190cm 가까이 되는 키에 큰 체구, 여기에 예사롭지 않은 실력 덕분에 국민대는 포스트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에게 대회 수준을 물었다. “이 대회는 선수출신들은 뛸 수가 없어요.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등록됐던 이들은 절대 신청할 수가 없죠. 순수하게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들만 나오는 셈이죠. 그러다보니 조금 더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 강해요. 이름 있는 팀이라도 지는 경우도 더러 있고요.”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관중이 있다는 사실도 ‘변수’가 될 때가 있다. 사람들이 지켜본다는 걸 의식한 나머지 흥분하거나 긴장하는 것이다.)


대회 결승전을 참관한 강근석 씨-양동근-함지훈 (좌측부터)

이처럼 학생들이 분주하게 뛰는 가운데, 강근석(49) 씨는 본부석에서 ‘아빠 미소’를 지으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여행용 가방 브랜드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이들의 선배이자, 국민대 대회의 든든한 서포터이기도 했다. 한국농구연맹(KBL), 몰텐, 슬램(SLAM) 등으로부터 브랜드 후원을 받아오고, 언론사를 끌어들여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게끔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올해는 ‘전국’이라는 두 글자를 못마땅해 한 대한민국농구협회 때문에 심판 수급에서도 곤욕을 치러야 했다. (무려 35년이나 지속되어온 ‘전국’이라는 타이틀이 이제 와서 왜 못마땅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후배들을 보면 대견해요. 대회 막판에는 다들 진이 빠져서 경기력도 안 나올 때가 있죠. 하나라도 더 도와주고 싶고,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졸업한 지도 이십 년도 지났건만, 그에게 KUBA는 여전히 ‘우리 팀’이었다. 준우승만 계속 했다는 이야기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나는 8강이 전부였다”며 잘 뛰는 후배들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고맙고도 미안한 그들

부원들이 많게는 40명, 50명씩 있는 동아리들은 같이 연습하고도 투입이 애매한 나머지 여러 대회에 분산해 출전할 때도 있다. 그 중에서도 국민대 대회는 가장 실력자들이 주전으로 나선다. ‘선출’이 뛸 수 없다고는 하지만 종종 교내 농구부 선수들, 혹은 외부 강사를 초빙해 훈련할 정도로 열의가 대단하다. 2016년 서강대의 경우 만년 하위팀이었지만 코치의 전문 지도를 받으면서 전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공 쫓아 우르르 몰려다니던 건 옛날옛적이야기. 지역방어는 물론이고, 그 지역방어를 깨기 위한 움직임도 정교한 팀들이 있었다. 이쯤 되면 ‘그냥 농구가 좋아서’라고 말하는 수준은 넘어선 것 같다. 실력뿐 아니라 매너도 좋다. 어쩌다 한 번쯤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라도 할 법한데 서로들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러한 순수한 모습은 심판들 마음도 움직였다. “아직 FIBA 규칙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나, 둘 알려주면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죠.” 천은숙 심판의 말이다. 부딪쳐 넘어질 때면 우리 팀, 상대팀 할 것 없이 일으켜 세워주는 모습에선 훈훈함도 발견할 수 있었다.


국민대총장배 농구대회에선 여자부 대회도 있다

때로는 그 분위기를 잊지 못해 현장을 찾는 졸업생들도 있다. 국민대 대회의 장점 중 하나는 대회 기간이 길고, 종일 경기가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맞는 선배들은 저마다 ‘여긴 여전하네’라고 투덜대면서도 현장을 찾는다. 양 손에는 시원한 아이스 커피와 음료가 들려있다.

때로는 직접 벤치에서 코치 역할을 해주는 선배도 있다. 휴식을 틈타 국민대를 찾은 고려대 05학번 이우식 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서우회 출신으로 예선에서 후배들을 위해 코치 역할을 맡았다. 또 다른 고대 동아리를 만나 경기는 패했지만 “모두가 고대”라며 아쉬워하면서도 후배들을 다독인다. “전통이 있는 대회다보니 전력을 집중시키게 되요. 방학 때이고, 각지에서 좋은 팀들이 올라오다보니 저희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지 가늠할 수도 있고요”라고 말한 그는 “장마철에는 비가 새서 중간에 수건도 깔고, 휴지로 닦아가며 경기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결정적일 때 미끄러져서 속공 놓치고, 이런저런 변수가 많았던 것도 기억나요”라며 옛 기억을 떠올린다. 후배들에게는 “나도 농구에 미쳐 살았지만, 그래도 학업과 농구의 균형을 잘 맞추면 좋겠다”는 진심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도 열기는 식지 않는다

경기가 끝나면 일제히 체육관 밖으로 나간다. 경기하며 달아오른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시점. 이기면 이긴 대로, 지면 진 대로 주장과 팀원들은 아쉬운 점을 털어놓는다. 어느 팀이든 등장하는 단어는 비슷하다. 리바운드, 박스아웃, 수비, 팀워크, 패스…. 그렇게 한참 토의가 이뤄지다가도 마지막에는 주장의 격려와 사과가 이어진다. “모두 다 뛰게 해주지 못해 미안해.”

선배의 해외연수로 한 달간 임시 주장을 맡게 됐다는 고려대 ZOO의 노승우(체육교육과 15학번)도 그랬다. “작년에는 16강에서 떨어졌어요. 그래서 올해는 본선에서 그보다는 더 나은 성적을 거두자고 했죠. 다른 한편으로는 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 같은데, 다 뛰지는 못하잖아요. 그런 상황을 이해해주고 열심히 따라오는 팀원들에게 정말 고마웠어요. 그 말을 해줬어요. 믿고 따라와 고맙다고요.” 노승우의 바람처럼 ZOO는 결승전에 진출했다.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었다.

시간은 우리 꺼야!

결승이 있던 7월 9일 일요일. 폭우가 쏟아지던 날. 최후의 결전을 앞둔 선수들의 눈에서는 비장함이 느껴졌다. 저마다 우승을 해야 하는 이유도 달랐다. “지금 멤버가 정말 좋거든요. 저희가 우승을 하면 15년 만이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멤버들 졸업하기 전에 꼭 한 번 우승을 했으면 좋겠어요.” KUBA 이의성 회장의 말이다. 마침 그들은 4강에서 건국대에 35-14로 대승을 거둔 터였다. 마지막 상대는 고려대 ZOO로 결정됐다. 중앙대 동아리 CAD에 42-32로 승리를 거두고 올라왔다. 큰 대회 경험이 많았던 ZOO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야! 시간은 우리 꺼야! 우리 꺼!” 벤치에서 선수들이 소리를 지른다.

남은 시간은 1분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뒤집힐 리가 없다. 그래도 벤치는 노심초사했다. 이유가 있었다. 이날 ZOO는 몇 차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공을 헌납했다. 엔드라인에서 인바운드 패스를 하는 상황에서 2번이나 커트를 당했다. 쉽게 벌릴 경기가 어려워지니 ‘침착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 벤치의 다그침에 선수들은 마지막까지도 두 번, 세 번 두드려가며 신중히 돌다리를 건넜다.


환호하는 국민대 KUBA

예선리그가 끝나고 토너먼트가 시작되면 관중석 분위기도 조금 달라진다. 다음 상대가 될 지도 모르는 팀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느라 시선은 코트에 항시 고정. 이 바닥(?)의 흔한 표현으로 ‘벤치를 봐주는’ 선배들도 이런저런 조언에 여념이 없다. 여자팀의 경우 아직 초보자가 많다보니 몸소 시범을 보이기도 한다. 스크린을 서는 방향, 박스아웃 하는 방법 등… 말은 쉽지만 두 번, 세 번 해봐도 쉽지 않은 동작들. 그래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숙련자’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여자동아리 고려대 쿠스켓이 연세대 MISS B를 21-20으로 따돌리고 결승에 오른 가운데, 서울대 LABA는 한체대를 꺾고 마지막 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Lady’s Basketbal’의 약자인 LABA는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었다. 재미있게도 현장 관계자들은 이 팀을 말할 때면 15번 학생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쟤 정말 잘 해요. 정식으로 농구를 배운 것도 아닌데 정말 잘 해. 체육과도 아니래요.”

경기 중 메신저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이윤희 선생님도 서울대가 올라갔다고 하자 “미술 하는 여학생 정말 잘 해요”라고 답장을 보내온다. 마찬가지로 대학시절 이 대회 출전 경험이 있다던 그는 현재 고등학교 체육교사로 재직 중이다. 이윤희 선생님과는 지난해 KBS ‘우리들의 공교시’ 녹화를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작년에 저희 여학생들과 경기를 했었는데, 완전 잘해요. 빠르고 슛도 좋고 심지어 체력도 좋더라고요”라며 칭찬일색이다. 정말 보니 드리블도 남다르고, 패스워크도 기가 막히다. “대박!”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그 여학생’ 활약 덕분에 서울대는 29-17로 우승을 차지했다. 예상대로 대회 MVP가 된 등번호 15번의 ‘그 여학생’은 바로 김예은이었다. 올해 2학년으로서 예술고를 나와 조소를 전공하고 있다. 수업과 야간작업, 여기에 농구팀 훈련까지…. 몸이 열 개라도 힘들 법하지만 그는 “농구를 정말 좋아한다”며 자신이 땀 흘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어릴 때 농구교실을 다닌 것이 계기가 됐다는 김예은은 틈날 때마다 NBA를 보며 훈련한다고 말했다. “앨런 아이버슨의 탄력, 카이리 어빙의 균형 감각, 제임스 하든의 센스 등 배우고 싶은 게 많아요. 좋아하는 플레이도 많고요.” 김예은은 주장 양가은과 함께 “올해 서울대를 기다리고 있는 각종 대회 여자부를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 말했다.


여자부 결승전 모습

남자부도 놀라운 결과가 연출됐다. 2쿼터만 해도 이 경기는 고려대 ZOO의 원사이드 승리가 틀림없어 보였다. ZOO는 14-0으로 1쿼터를 시작했고 전반에도 두 자리로 앞서갔다. 높이가 힘이 됐다. 190cm의 장신에 기술까지 겸비해 막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3쿼터 들어 흐름이 바뀐다. 야금야금 쫓아가던 국민대 KUBA의 추격 뒤에는 박스아웃과 리바운드가 있었다. 마침내 4쿼터 막판 이뤄낸 동점(46-46), 그리고 10초 전에 만들어낸 짜릿한 역전(52-51). 그 역전의 중심에는 중요한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은 회장이자 주장 이의성이 있었다. 크게 소리를 지를 자격이 있는 결승 무대였다. 그들에게 ‘영광의 시절’은 바로 지금이었다.

대회를 마친 우승팀 선수들은 이제 각자의 행선지로 시선을 돌린다. 서울대는 이화여대배, 덕성여대배가 목표다. 국민대는 연세대배, 경기대배, U리그 우승을 다짐했다.

무대는 계속 된다

빠른 공수전환, 화려함, 팀워크, 3점슛…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농구의 매력’을 물으니 돌아온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그들은 ‘보는 농구’보다는 ‘하는 농구’에 푹 빠져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프로선수들이 저희보다 잘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잖아요. 연습도 비교도 안 되게 많이 하셨을 테고, 실력도 엄청 뛰어나겠죠. 그건 알겠어요. 그런데 따라하고 싶다거나,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즐겁게 농구한다는 느낌은 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SNS에서 NBA선수들 영상을 보고 동작 따라하고, 직접 코트에서 연습하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정곡을 찌르는 한 학생의 한 마디였다. 그는 “팀원들과 손발을 맞추는 것 또한 보람 있는 일”이라 덧붙였다.


남자부 결승전 모습

전국에 그 매력에 빠져 공을 잡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마지막 승부」 세대부터 스테판 커리 세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대회도, 팀도 많아졌다. 일각에서는 야외코트 인원이 줄었다며 아쉬워하지만, 체계성과 전문성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앞으로 더 활성화될 아마추어들의 무대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국민대 대회도 마찬가지다. 2018년에도, 2019년에도 7월이 되면 그들은 다시 열기 가득한 코트 중앙에 서게 될 것이다. 손꼽아 기다린 날처럼, 모두 어제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활기차게 말이다. 추억을 남겨온, 그리고 곧 추억을 남기게 될 그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올해 남자부 우승팀은 국민대 KUBA
 


올해 여자부 우승팀은 서울대 LABA
 

<15회 이후 우승팀>

15회 (1997) - 우승 -명지대 돌핀스 - 준우승 - 국민대 쿠바
16회 (1998) - 우승 - 고려대 서우회 - 준우승 - 서울대  SP

17회 (1999) - 우승 - 서울대 SP - 준우승 - 국민대 BC

18회 (2000) - 우승 - 연세대 공오친 - 준우승 - 서울대 sp

19회 (2001) - 우승 - 국민대 쿠바 - 준우승 - 서울대 SP

20회 (2002) - 우승 - 국민대 쿠바

21회 (2003) - 우승 - 서울대 SP - 준우승 - 동아대 DUBA

22회 (2004) - 우승 - 수원대 콘돌 - 준우승 - 고려대 SFA

23회 (2005) - 우승 - 연세대 볼케이노 - 준우승 - 국민대 쿠바

24회 (2006) - 우승 - 연세대 계농패 - 준우승 - 경희대 존

25회 (2007) - 우승 - 경희대 존 - 준우승 - 명지대 돌핀스

26회 (2008) - 우승 - 경희대 존 - 준우승 - 국민대 쿠바

27회 (2009) - 우승 - 경희대 존 - 준우승 - 서울대 호바스

28회 (2010) - 우승 - 연세대 공오친 - 준우승 - 명지대 돌핀스

29회 (2011) - 우승 - 인천대 한마음 - 준우승 - 국민대 쿠바

30회 (2012) - 우승 - 서강대 농구반 - 준우승 - 국민대 쿠바

31회 (2013) - 우승 - 서울대 새턴 - 준우승 - 국민대 쿠바

32회 (2014) - 우승 - 명지대 돌핀스 - 준우승 - 국민대 쿠바

33회 (2015) - 우승 - 인천대 스타트 - 준우승 - 연세대 볼케이노

34회 (2016) - 우승 - 고려대  SFA - 준우승 - 국민대 탭

35회 (2017) - 우승 - 국민대 쿠바 - 준우승 - 고려대 ZOO

글 = 손대범 기자 (점프볼)
사진 = 점프볼·윤희곤 작가
일러스트 = 광작가

<매거진S 439호 표지를 소개합니다>

원문보기 : http://sports.news.naver.com/basketball/news/read.nhn?oid=064&aid=000000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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