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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로스쿨 이후 법학의 위기 / 윤동호(법학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이 2009년 문을 연 후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법학은 고사(枯死)의 위기에 직면했다. 로스쿨의 설치 근거인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그 목적이 우수한 법조인 양성에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법률은 우수한 법조인의 모습을 다음 다섯가지를 갖춘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①풍부한 교양 ②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 ③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 ④건전한 직업윤리관 ⑤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

 

 그러나 로스쿨 학생들은 학점 경쟁에 시달리면서 3년을 모두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준비에 쏟아붓고 있다. 재판연구원, 검사, 대형로펌 등에 지원하려면 변시 합격은 기본이고, 최상위 학점을 받아야 한다.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반대 시위나 변시 합격자 대폭 증원 요구 시위에는 나서지만 사회 전반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 마음의 여유는 없다.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종전의 법학 교육이 사법시험 제도와 만나면서 많은 사람을 ‘고시낭인’으로 만든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스쿨이 등장했는데, 로스쿨도 변시 학원과 다르지 않다. 4년제 대학의 학사학위로 로스쿨에 입학해 한 해 평균 1000만원의 등록금을 내면서 변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문제가 문제를 낳은 것이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로스쿨의 졸업생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는 기존 사시 출신과 큰 차이가 없다니 다행이다. 아마도 정보습득 능력이 탁월한 이른바 SKY 출신 학생들이 로스쿨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도의 문제를 개인이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로스쿨 이후 법조인은 배출되고 있으나 법학자는 사라지고 있다. 로스쿨 개원 직전 해인 2008년에 대학의 법학 전공자가 7만597명이었는데, 2020년에는 2만3098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법과대학이나 법학과는 사라지고 있고, 신규 교원은 충원되고 있지 않다. 판·검사나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로스쿨의 교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스쿨 교원의 20% 이상은 실무교원으로 확보하도록 했는데, 2019년 12월 기준 서울 소재 로스쿨의 실무교원(외국 변호사 제외)은 평균 40%에 이른다. 법이 법조인의 전유물이 돼가고 있다.


법은 분쟁의 최종적 해결수단이지만, 모든 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모든 사건이 법조인의 손으로 가면 분쟁 해결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 모든 사람이 법학을 할 필요는 없지만,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법학적 지식을 갖추는 것이 사회에 보탬이 된다. 분쟁의 법적 결론을 예측할 수 있으면 사전에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기관이지 법학자 양성기관이 아니다. 로스쿨을 관리하는 교육부는 법학 교육과 법학자 양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윤동호 국민대 법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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